2020년 8월 16일 옛 소련 시절 러시아 록 음악의 '전설' 빅토르 최(초이) 사망 30주기를 맞아 현지에서 각종 추모 행사가 열린 가운데, 빅토르가 음주운전 사고로 사망했다는 증언도 나왔답니다.

 

 

자신을 파르슬라로 소개한 라트비아 여성은 빅토르의 사망 30주기가 되는 15일(현지시간) 러시아 TV 방송 NTV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목격했다고 밝혔답니다.  빅토르가 사고를 당한 곳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파르슬라는 그의 자동차가 엄청난 속도로 자신의 집을 지나친 뒤 맞은편 차선으로 넘어가 버스와 충돌하는 모습을 지켜봤다고 전했다.

 

 

충돌은 워낙 강력해 빅토르의 자동차 엔진이 튕겨 나와 나무에 부딪힐 정도였다고 파르슬라는 회상했다. 파르슬라는 바로 자신이 집 전화로 경찰과 구급대에 사고 신고를 했고 자동차에서 빅토르의 시신을 끌어내는 일도 도왔다고 말했다.

 

파르슬라는 사고 다음 날 지역 경찰로부터 빅토르의 혈액에서 1.2 퍼밀(‰) 농도의 알코올이 검출됐다는 얘길 들었지만, 이 부분이 웬일인지 이후 사고 조사 서류에서는 삭제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공식 발표에 따르면 빅토르는 소련제 소형 승용차 '모스크비치'를 몰다 졸면서 맞은편 차선으로 넘어가 버스와 충돌한 뒤 숨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그는 누구?
지난 1962년 옛 소련의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카자흐스탄 출신 고려인(옛 소련권 토착 한인) 2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빅토르는 19세 때인 1981년 록 그룹 '키노'(Kino)를 결성해 약 9년 동안 왕성한 음악 활동을 펼쳤다.

 

러시아 특유의 무겁고 우울한 선율에 옛 소련의 압제적 분위기에 맞서는 저항과 자유의 메시지를 담은 그의 음악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빅토르는 일약 소련 록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혈액형', '마지막 영웅', '변화를 원해' 등 수많은 히트곡이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 러시아 음악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답니다.

 

 

인기 절정에 있던 그는 1990년 8월 15일 순회 공연차 들른 라트비아 리가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28세의 나이로 요절했다. 공식 사고 원인은 졸음운전으로 발표됐으나 일각에선 타살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빅토르 사망 30주기인 이날 그의 묘가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보고슬로프스코예 공동묘지에는 수천 명의 팬들이 몰려들었으며, 묘는 팬들이 헌화한 꽃으로 뒤덮였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일부 팬들은 그룹별로 모여 빅토르의 노래를 부르며 자신들의 우상을 추모했다.

 

이날 이른 새벽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 네바강을 가로지르는 대형 도개교인 '궁전교'가 빅토르의 음악 2곡이 오케스트라 연주로 울려 퍼지는 가운데 갈라져 들어 올려지는 장관이 연출됐다. 또 전날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 키로프 지역에선 빅토르의 추모 동상 개막식이 열렸다. 추모비는 빅토르가 한동안 살고 공부한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세워진 것으로 전해졌답니다.

 

** 결혼 자녀 아들 딸
록 스타로 일생을 화려하게 살았다는 인식을 갖기 쉽지만, 실제 사생활은 질박(質樸)하기 그지 없었다고 한다. 인기의 절정을 누리던 시기에도 여전히 레닌그라드의 아파트 단지에 있는 작은 보일러실에서 살며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앨범을 발매해도 문화 산업을 국가가 통제하고 있는 이상 해적판에 가까운 비공인 음반인 데다가 그마저도 카세트 테이프로 찍어낸 불법 복제본이 횡행하고 있어서 수중에 들어오는 돈도 매우 적었다고 한답니다.

 

 

공식 데뷔 무대를 치렀던 1982년에는 마리안나라는 여자와 동거하기 시작했고, 1985년에 결혼해 같은 해 아들인 알렉산드르(애칭 사샤)가 태어났다. 다만 1987년 별거하고 영화 촬영 도중 만난 영화 평론가 나탈리아 라즈글로바랑 사귀게 되었지만 사샤와 교류는 계속했다고 한다. 빅토르는 아들을 귀여워했고, 죽음의 원인이 된 낚시 여행 때도 데려가고 싶어했다고 한답니다.

 

그런데 사샤가 잠에서 깨질 않아서 빅토르 혼자만 출발한 덕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전 부인 마리안나는 빅토르보다 3살 연상인 1959년생인데 안타깝게도 그녀 역시 2005년에 겨우 46세의 나이로 타계했다고 한답니다.

 

 

빅토르의 어머니인 발렌티나 구세바 씨도 2009년에 72세의 나이로 타계했다고 한다. 다만 아버지 로베르트 최 씨는 현재까지도 생존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안타깝게도 이후 가난하게 살다 2010년경 병원 수술비 문제로 집까지 팔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자 후원을 위해 러시아 TV에 나온 적이 있었는데, 이때 엄청난 후원금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2018년 4월에는 아들의 작품 재산권 문제를 놓고 소송을 했는데 승소했다는 기사를 통해 근황을 전했답니다.

,